2023년 3월 17일 금요일

구형 보쉬 12V 배터리 살리기

1. 프롤로그

내 취미에 대해서는 주변 사람들도 잘 알고있다. 시간나면 내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공부를 하는지 다들 알고 있다. 최근에 무선 전동 드릴을 사고 싶어하는 후배가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선배님. 무선 전동 드릴 하나 살려고 하는데 어떤 종류를 살까요?"

나는 단순히 나사만 돌릴껀지, 콘크리트 벽에 구멍을 뚫을껀지 물어보았다. (뭐 일반적인 경우라면 가정용으로 1개의 무선 전동 드릴이 있을 것이고, 이왕이면 해머 기능이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해머기능은 유선 전동 드릴로도 해결가능하다. )

* 블랙앤데커쪽 모델중에 해머드릴이 배송료 포함 3만원 이하 제품이 있다. 참고로 블랙앤데커, 스탠리, 디월트는 같은 회사에서 만드는 다른 브랜드이다.

그다음 후배에게 물어본 질문은 예산은 어느정도 생각하냐 였다. 후배는 좋은걸 사서 오래쓰고 싶다고 했다. 나는 충분한 예산이 있다면 중고거래가 쉽고, AS가 잘되는 디월트를 추천해줬다. 그러면서 콘트리트에 구멍 뚫을려면 '해머' 기능이 있는 제품을 사야한다고 조언을 하고 끝냈다.


2. 서론

몇일 지나서 후배에게 어떤 제품을 샀냐고 물어보았더니, 가격이 비싸서 구매에 고민중이라고 했다. 나는 지금까지 없이 살았는데 왜 굳이 사려고 하는가 물어봤더니, 오래된 보쉬 모델이 하나 있는데, 최근에 동작을 안하게 되었다고 했다. 가정에서 쓰던 것이니 카본이 다 닳아 버릴일은 없을듯 하고, 오래되었다고 하니 배터리 문제일듯 하여, 충전기와 배터리를 가져오라고 했다.  다시 수일이 지나고 나서 후배가 회사로 배터리를 가지고 왔다.

[ 사진 촬영을 위해서 세척 했음!! ]

[ Bosch 12V NiCd 배터리 ]

퇴근할때 배터리, 충전기를 종이 가방에 담아서 올려고 하다가, 굴러다니는 노트북 가방이 있길래 거기에 넣어서 집에 왔다. 참고로 나는 출퇴근에 가방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아. 일찍 귀가하려고 하였으나 지인이 치맥을 먹자고 하여서 저녁겸 맥주세잔을 마시고 집에 돌아 왔다. 


3. 본론 

집에 도착후에 옷갈아 입고, 바로 분해를 시작하였다. 작은 일자 드라이버 또는 별 드라이버를 이용하여 4개의 나사못을 풀면 된다.  하나는 어디 있는지 짐작이 가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 애매한 위치? ]

위에 빨간색 동그라미에 있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배터리팩을 누군가 뜯어 보았는지 아닌지 확인할 용도로 봉인을 해놓은 형태이다.  사진속의 배터리팩은 누가 뜯어본 적이 없는 배터리팩이다.  봉인은 드릴로 살짝 갈아 내서 구멍을 내고 뽑아내면 된다. 

그다음 상판 분리인데, 좌우의 버튼을 살짝 누르면서 들어 올리면 분리가 된다.

[ 요렇게 살짝 누르면서 다른 한손으로 들어 올린다 ]

[ 속살을 드러낸 배터리팩 ]


그 다음은 버튼을 분리한다. 버튼은 좌우로 흔들면서 위로 끌어 올리면 빠진다.


버튼 안쪽에 스프링 기능을 하는 클립이 하나 있는데, 끼워진 상태를 기억해 두면 된다.  빼고 끼우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며, 다른 방향으로는 끼워지지도 않을것 같긴한데, 처음 자리를 기억해 둔다는 느낌으로 한번 봐 두자.

[ 클립은 이렇게 끼워져 있다 ]


배터리 팩에 붙여져 있는 종이를 뜯어 내면 NiCd 배터리 셀이 10개가 자리 잡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셀은 하나당 1.2V의 공칭전압을 가지고 있으며, 10개 직렬기준으로 12V 이다. 요즘에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만들지만 예전에는 니켈카드뮴으로 많이 만들었다. 이러한 모델들은 셀밸런싱 기능이 없기 때문에 10개중 1개라도 문제가 생기면 배터리팩은 동작하지 않는다. 

어차피 오래된 셀이고, 낱개로 구매해서 문제가된 셀만 바꿀 계획은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뜯어내자. 다만 !! 충방전을 위한 핀에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1개의 셀은 그대로 두자.

[ 요렇게 일단 분리 !! ]

다른 셀들은 버리더라도 1개 셀을 남기는 이유는 전기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이다. 충방전을 위한 핀이 배터리팩 위쪽에 딱 고정되어야 하는데 이 배터리를 빼 버리면 고정하기가 상당히 껄끄럽다. 

그외에 추가 작업으로 마이너스 선(대략 16AWG 이상 사용 추천)을 따주어야 한다. 위의 그림에서 빨간색선(이건 이미 납땜되어 있음) 건너편이 마이너스 위치이다.  빨간선보다 살짝 길게 잘라서 한쪽을 붙여준다. 


나머지 9개 셀을 펼치면 아래의 그림과 같다. 즉 10개가 직렬로 연결된 형태이다.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서 이 셀은 그냥 버린다.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아니며, 배터리 분리수거함에 넣을 예정이다.

12V 드릴이니 18650 배터리 3개이면 된다.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스폿 용접을 했었던 적이 있는 배터리 3개를 절연테이트로 살짝 감아주고 스폿을 준비했다.



취중이라서 그랬는지 스폿 용접이 잘 안되었다. 사실 한번이라도 스폿했던 배터리는 양극을 잘 갈아내서 평탄화를 하고 나서 스폿질을 해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서 그냥 했더니 잘 안 붙기는 했다. 덕지 덕지 어렵사리 붙였다.


길다랗게 외부로 뺀 니켈플레이트는 각각 양극과 음극용 전선을 납땝하기 위한 작업이다. 그냥 납을 묻힐려면 잘 안된다. 고운 사포로 살살 긁어준뒤 납을 묻히면 바로 붙는다.


그리고 배터리의 0V, 12V 에 각각 검정선, 빨간선을 붙여준다. 이러면 사실상 납땜작업은 끝이다. 케이스를 덥기 전에 일단 충전을 걸어 보았다.




이후의 작업에 대해서는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이 없다. 작업에 집중하였는지, 술을 좀더 먹느라 바빳는지 ..ㅠㅠ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라 어렵지 않은데, 글루건 작업이 필요하다. 아까 뜯을때 남겨 두었던 셀 하나를 원래의 자리에 끼워 넣은뒤에 글루건으로 고정시켜 버린다. 그리고 3개의 배터리도 바닥에 붙이고 나서 글루건으로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붙인다. 어차피 집에서 살살 사용할 예정인터라 그렇게 많이 붙이지는 않았다. 

분해시 설명한 클립을 제자리에 꼽고 버튼을 결합한 다음에 두껑을 덮으면 조립완성이다. 아 4개의 피스는 다시금 조여준다. 


4. 결론

무선 전동 드릴은 정상적으로 훌륭하게 동작하였다.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충전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다. 사진속의 충전기는 7.4V ~ 14.4V 까지의 배터리팩을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 인데, NiCd 전용 충전기이다. 즉 리튬이온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테스트를 위해서 전압을 체크하면서 충전해보니 18V까지 전압이 걸렸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배터리 내부 온도가 올라가서 슬픈 사연이 될 수도 있다.

후배에게 살려낸 배터리 팩을 주면서 신신당부를 했다. 

"절대 20분 이상 연속 충전 하지 말아라"

충전 테스트를 방전 상태에서 해보지는 못햇지만, 풀 충전상태에서 5분정도 충전기에 꼽아보니 배터리가 살짝 미지근해지는 것이 확인 되었다. 

내가 사용하는 경우라면 충전시 그냥 12V 만 걸어서 충전을 하겠지만, 후배는 12V 짜리 어댑터도 없으려니와, 그 어뎁터가 있어도 악어클립하나 없을테니 사실상 충전하기는 힘들 것이다. 

조심해서 충전하라고 다음날에도 충고했다. 

누군가 이러한 배터리팩을 살릴 예정이라면, 가능한 충방전 보호회로를 배터리팩 내부에 넣어두고, 12V 충전용 3.5파이 단자를 하나외부로 뽑아서 그쪽으로 12.6V를 걸어서 충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 방전률이 높은 18650 배터리를 이용하는 작업은 화재, 폭발의 위험이 있습니다.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잠깐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고는 본인의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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