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5일 일요일

블랙박스용 보조배터리를 만들자

 1. 블랙박스용 보조배터리 화재 이야기

 블랙박스용 보조배터리의 화재 기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충방전 과정에 열이 발생하여 발생하는 화재이다. 특히 리튬폴리머나 리튬이온 배터리는 폭발까지의 위험성이 있다. 초기에 시중에 판매되는 블랙박스 보조배터리들이 리튬이온으로 제작된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 부분이 문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강제로 리콜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아래의 링크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내린 리콜 명령이다. 

http://www.motie.go.kr/motie/ne/presse/press2/bbs/bbsView.do?bbs_seq_n=164419&bbs_cd_n=81

사실 이러한 조치 이외에도 인증 받은 부품이나 배터리셀을 사용하지 않고 제작 원가를 낮추기 위하여 임으로 변경도 많이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문제가 되는 블랙박스용 보조배터리 제조사도 사건이 커지자 대부분 문을 닫고 잠적하는 형태가 되었다. 세상에 믿을 만한 블랙박스 보조배터리가 없다고 생각되어 제작하게 되었다.


2. 리튬인산철(LiFePO₄) 배터리 이야기

 최근에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블랙박스용 보조배터리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만 쓰는 것 같다. 뭐 모든 제품을 내가 살펴본 것도 아니고, 내가 모든 제품을 아는 것도 아니니 알 수 없지만 몇개의 제품에 대하여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를 살펴보면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자동차용 보조배터리에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사용되는 이유는 안전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납산 배터리 처럼 과충전이나 과방전시 수소가스가 새어 나오지 않는다.  (안전성은 아니지만 고온이나 저온의 환경에서 납산 배터리 처럼 성능이 크게 저하되지 않는 이유도 있다.) 리튬이온이나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과충전이나 과방전시 불이나는 수준의 급격한 온도상승과 폭발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위험하지만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과방전,과충전시 폭발하지 않고(내부적으로만 손상됨), 강한 외부 충격이나 고온, 화재에도 폭발하거나 가스를 내뿜지 않는다. 심지어 60~70도 정도의 환경에서 오히려 공칭용량보다 10% 정도 더 많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방전시킨다.  사실상 현재까지 상용화된 배터리 중 가장 안전성이 우수한 배터리가 LiFePO4 배터리라고 할 수 있다.


3.  화재 이야기

 위에서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하여 이야기 했지만 보조배터리에 대한 화재의 발생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 보조배터리는 단순히 배터리 셀 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충방전을 위한 BMS가 필수 이며, 이 회로가 문제되어 온도가 상승하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그것 말고도 자동차에서 전원을 끌어서 보조배터리까지 연결하는 배선이 굵지 않다면 중간 배선 단계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배선한다면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4. 제작과정 이야기

 열심히 공부했고, 알리에서 소재 수급을 위하여 주문을하였고, 제작에 필요한 소재들이 집에 하나 둘씩 배송되어 왔다.  소재들은 아래와 같다.

- 전선 : 충전측 16AWG (허용전류 약 20A), 방전측 22AWG (허용전류 약 10A)

  (블랙박스는 주차 모드시 대략 200mA 정도 부하가 걸린다.  그래서 방전측 전선이 가늘다)

- 7A 리튬인산철 배터리 4 셀

- 리튬인산철 4S BMS (충전 10A, 방전 100A)

- 역전압 방지용 Ideal Diode (50A 짜리)


 이번에 구매한 리튬인산철배터리는 32700 사이즈 이다. 보통 사용하는 18650 보다 지름이 두껍고, 길이가 살짝 더 길다.  기존에 제작한 18650 스폿용 지그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만들기도 뭐해서 간단히 나무조각 2개와 클램프 두개를 이용하여 살짝 고정하였다.


[ 방향은 위, 아래, 위, 아래 ]

클램프로 살짝 잡아 두고 고정을 위하여 글루건을 사용하였다.

[ 글루건 덕지 덕지 ㅠㅠ ]

요렇게 고정하고 나서 스폿을 진행하였다. 절연지를 중간에 붙여 넣는 쎈스 정도는 발휘했다.

[ 스폿도 이쁘게 못하네. ㅠㅠ ]


그다음 BMS를 배터리 위에 올리고 필요한 납땜을 진행하였다. 납땜 순서는 (-) -> B1 -> B2 -> B3 -> B4 -> (+)



[ 쇼트날 걱정이 있는 부분은 모두 절연지로 덕지 덕지 ]


요렇게 까지 만들고 나서 포맥스로 케이스를 만들었다. 

[ 충전용 XT60, 방전용 5.5파이, 방전용 USB ]

방전용 USB를 추가한 이유는 혹시나 필요시 보조배터리로 사용하기 위해서 이다.


[ 뭐.. 언제나 내부는 얼기설기? ]


[ 측면에는 숨구멍들을 좀 만들어 주었다 ]


위에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아래의 사진과 같이 후면부에 배터리 잔량을 대략 알 수 있도록 인디케이터를 하나 달았다.  마지막으로 차량 내부 의자 밑에 둘꺼라서 흰색이 너무 눈에 띄어서 검정색으로 라카를 칠했다. 

[ 겨울밤에 칠한 라카. ㅠㅠ ]

라카칠을 태어나서 몇번 안해봤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서투른데, 겨울밤에 공원에 나가서 대충하고 집에와서 보니, 퀄리티가 정말 영 아니였다. ㅠㅠ 대략 라카칠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서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좋을듯 하다. 


5. 제작과정 후기 이야기

 케이스까지 만들고 나서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일단 처음에 생각 못했던 부분이 BMS에 분명히 충전용 음극과 방전용 음극의 단자가 나뉘어 있어서 당연히 내부 회로가 분리되어 있는줄 알았다. 그런데 케이스까지 다 만들고 연결하고 나서 테스트 하니 충전용 단자로 모터가 돌아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자동차 내부에서 사용할 예정이서 당연히 역전류가 흐르면 안된다. 충전을 위하여 자동차의 ACC 전원에 연결할 예정인데 이쪽으로 전기가 흐르면 안봐도 뻔한 시나리오가 예상되었다.  그래서 역전압 방지 회로를 구성하기로 했다. 

처음엔 다이오드 버전을 생각했다. 충전용 +쪽에 다이오드를 걸어서 역으로 전기가 흐르는 것을 막아보았다. 처음에는 1개의 다이오드로 테스르를 진행하였고, 확실하게 역전압을 막았지만 2-3A 정도의 전기만 흘러도 발열이 심해서 3개로 병렬연결 해 보았다. 하지만 BMS가 최대 10A로 충전되는 모듈이라서 10A의 전기를 걸어보니 손대 댈 수 없이 뜨거워 졌다. 마지막으로 7개를 병렬로 연결까지 해 보았으나 도저히 열이 많이 발생해서 포기하였다.

[ 다이오드 버전 ]


두번째로 만든 것이 MOSFET 버전이다. 방열판을 배치하고 총 4개의 MOSFET을 병렬 연결하여 10A의 전기가 흘러도 미열조차 발생하지 않는 버전을 만들었다. 성공적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이미 제작한 케이스에 안들어 갔다. 크기도 크기이지만 두께가 너무 두꺼웠다.

[ MOSFET 버전 ]
 


결국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하기로 하였다.  ideal diode로 검색하면 나오는 제품들인데, 사실 MOSFET 버전과 동일하다. 제품이라서 크기가 아주 작을뿐이다. 아래의 이미지를 보면 중간의 검정색 큰 것이 MOSFET이다. 

[ Ideal Diode ]
이 MOSFET은 FDBL86062라는 넘인데, Drain Current가 300A까지 되는 넘이라고 데이터 시트에 적혀 있었다. 실제 제품을 파는 페이지에는 50A가 가능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나는 최대 10A를 사용할 예정이었고, 테스트해보니 10A에서는 전혀 열이 발생하지 않았다. 

역전압 방지 회로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포스트 했다.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역전압 방지 회로]


마지막으로 쇼트 상황을 고려해서 출력 부분에 10A 짜리 퓨즈를 하나 걸어 주었다.


위의 사진에는 20A짜리 자동차용 퓨즈가 걸려 있지만, 마지막으로 뚜껑을 닫기 전에 10A짜리 퓨즈로 교체 하였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것의 전기 배선도는 아래와 같다. 뭐 따로 회로를 설계한 것이 없기 때문에 아주 간단하다.




6. 설치이야기

보조배터리는 운전석 아래에 배치하였는데, 이곳까지 전선을 끌고 가는 것도 처음해보는 내입장에서는 도전이었다. 뭐 한번이라도 해본적이 있으신 분들은 쉽겠지만, 어느 부분을 힘줘서 밀어야 자동차 내부의 플라스틱이 쉽게 탈거 되는지 고민되었다. 물론 한번 해보니 레고 조립보다 쉬운건 사실이었지만 여튼 경험전에는 다소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운전석 밑에 설치하였고, 현재 가동중이다. 

 이글을 적는데는 2시간 정도 걸렸지만 실제 재료를 준비하고, 이것 저것 공부하는 시간을 합하면 2개월 정도 걸린듯 하다. (사실 재료 소급이 가장 오래 걸렸고 그외에는 하루 이틀 납땜했고, 케이스는 두세시간 만에 만든것 같다. )


- 방전률이 높은 18650 배터리를 이용하는 작업은 화재, 폭발의 위험이 있습니다.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잠깐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고는 본인의 책임입니다. 


- 2023-01-10 추가

자동차용 블랙박스가 주차 모드로 촬영시 대략 하루에 5Ah정도를 사용하는 것 같다. 위에 만든 보조배터리의 용량으로 볼때 풀 충전 상태에서 대략 하루 정도 촬영이 가능하다. 이 보조배터리를 만들기 전에는 주차후에 블랙박스 전원을 끄고, 운전하기 전에 켜야 했는데 자주 까먹었다.. 한참 운행중에 블랙박스를 켜는 일도 많았고(심지어 목적지 도착해서 켜지 않음을 인식하기도..), 주차하고 나서 전원을 안꺼서 다시 주차장에 내려가서 끄고 올라오는 일도 많았다. 보조배터리를 달고 나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보조 배터리가 하루 정도 버틴다고 했는데 내 입장에서는 거의 대부분 상시 CCTV로 촬영되는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있고,  그외의 장소에가더라도 하루 이상 시동을 켜지 않은 채로 주차하는 일은 없다.  


-2023-04-25 추가

현재에도 잘 사용중이다. 다만 오랫동안 주차후에, 시동을 켜면 바로 블랙박스가 켜지지 않고 한참을 충전한 후에 켜지는 상황이라서 꽤 고민을 했었다. 이유는 블랙박스에 저전압 OFF 기능이 켜져서 그런 상황이 된 것이었다. 저전압인 경우 블랙박스에서 배터리 보호를 위해서 꺼짐 상태로 유지되도록 되어 있었다. 블랙박스에서 관련 기능을 OFF 시키고 나니 시동을 걸면 바로 상시전원 모드로 켜졌다. 이로써 블랙박스는 ACC 전원을 가지고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배터리 전원을 가지고 동작하며 ACC 전원선은 오로지 전원상태를 체크하기 위한 선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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