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들 이야기
나를 닮아서 그런지 먼가 만들기를 아들 녀석이 참 좋아한다. 최근 클레이로 게임 케릭터들을 수십개 만들면서 내가 불편해졌다. 아들 방에 그 결과물을 적재할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내 연구용 책상 및 그 주변, 아들 공부용 책상등등 여기 저기 넘쳐나기 시작했다. 아들이 클레이로 무엇인가 만들기 시작한 것은 최근은 아니다. 수년전 부터 만들었는데 그전에 만들던 것들은 워낙 퀄리티가 떨어져서 큰 통에 아무 생각 없이 담아 두었다가 버려지고, 다시 만들고 버려지고 했는데, 최근 수개월 동안 만들고 있는 것들은 제법 퀄리티가 되었다. 이런 결과물들이 갈 곳을 못 찾고 여기 저기 굴러다니기에 수납 공간을 하나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다.
2. 공간 이야기
아들방이 다른 방들의 크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작아서 바닥의 공간을 차지 하는 수납 공간을 거치 할 수가 없다. 남은 공간은 벽면뿐이며, 그것도 한면은 창문, 한면은 붙박이장이 차지 하고 있기 때문에 남은 공간은 두면 밖에 없다. 이 중에서 한면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실측해보니 가로로 170cm이 한계이며, 방문을 열고 들어 갔을때의 상황을 고려하여 150cm 정도로 생각했다(아래의 그림에서 가용공간 1 쪽). 필요한 크기의 딱 적절한 수납용 구조물을 온라인 사이트나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결국 구매는 포기하고 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가격적인 면으로 보면 주문제작이 가장 비싸고, 그다음 제품이며, 마지막으로 직접 제작이긴 한데 본인의 인건비를 포함시키면 그렇게 싼것만은 아니다. (뭐 직접 제작의 경우에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있으니 비교 대상 불가)
3. 구상 이야기
가로 방향의 크기가 정해진 터라 어느 정도의 높이로 만들지만 정하면 되었다. 대략 3단으로 구성하기로 결정했고, 아들이 클레이로 만든 게임 케릭터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각 단의 높이를 고려하다가 13cm으로 결정하였다. (딱 시디 케이스 사이즈)
평소에 사용하는 메모용 노트에 잠깐 끄적여서 간단한 그림을 하나 그렸다.
[ 피카소가 울고 갈 실력? ] |
4. 재료 이야기
내가 주로 사용하는 소재는 포맥스이다. 하지만 길이가 150cm 정도인 구조물을 포맥스 만들경우 그 무게 때문에 휨 현상이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0T 정도의 두께 및 하중 방향으로의 보강을 해야 하는데, 소재의 가격이 목재보다 비싸지고 보강에 따른 결과물의 모양새가 불편해 질것 같아서 목재로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적합한 목재기 위하여 먼저 목재의 가격을 조사했고 대략 아래의 가격이었다.
자작나무합판 > 멀바우 > 고무나무 > 레드파인 > 아카시아나무 > 삼나무
가격으로 볼때 삼나무, 아카시아나무가 가장 유력했지만, 아카시아 나무 집성목의 특유한 무늬가 이끌려서 이걸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 아카시아 집성목 ] |
나는 목재를 재단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고향집에 테이블쏘가 하나 있고, 친형님 연구소에 방문해도 필요한 크기로 자를 수 있다. 하지만 원판 목재 (대략 240cm X 120cm)를 싣고서 이동할 만한 차량이 없는 관계로 아예 재단해서 판매하는 사이트를 찾아서 이용하기로 하였다.
두께 18mm의 소재 및 위에 거론하지 않은 선반의 깊이는 각 단의 높이와 동일한 13cm으로 설계하여 재단이 필요한 사이즈를 계산하여 주문하였다.
[ 주문 내역 ]
130mm X 1460mm : 4개 (3단 선반의 밑판 및 최상위 상판)
130mm X 462mm : 2개 (선반의 왼쪽 및 오른쪽 판)
130mm X 130mm : 3개 (선반이 길어서 가운데 부분 받치는 용도)
목재 체결용 피스 30개 정도
T형 평철 : 4개 (벽에 걸어 놓기 위한 것. 혹시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아래 이미지 참조)
[ T형 평철 ] |
목재의 절단이 필요해서 배송까지 수일 걸리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보다는 빠르게 배송되었다. 목요일 주문에 화요일 오전에 배송이되었다.
[ 주연 : 아카시아집성목, 조연 : 츄파츕스통(나사못 통) ] |
배송된 목재는 촬영을 위하여 침대에 잠을 재웠다. 사실상 내가 작업하는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작업책상 바로 뒤에 있는 침대위에 나무를 올려 놓고 작업을 진행하였다.
5. 작업 계획 이야기
배송되어진 각각의 목재 하나 하나에 번호를 붙이고 작업한 것은 아니지만, 설명을 위해서 아래의 그림과 같이 번호를 붙였다.
작업 계획은 1번과 2번을 결합해서 하나를 만들고, 3번과 4번, 5번과 6번도 동일한 방법으로 해서 총 3개의 모듈로 만들고, 1번 과 7번을 결합하고, 다시 1번과 8번을 결합, 그뒤로 1번 7번을 결합하고 마지막에 9번을 결합하기로 계획하였다. (9번은 최상판이며 맨 마지막에 결합)
6. 작업 이야기
1번과 2번의 결합은 수직으로 이루어 지는데 아래의 그림과 같은 방법으로 먼저 고정한다. 물론 꼭 아래와 같이 수직으로 자리를 잡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가지고 있는 도구에 따라서 적당한 방법으로 진행하면 된다. 내 경우 알루미늄 프로파일이 있기 때문이다.
위의 그림처럼 먼저 작은 소재의 끝자락에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맞춰서 고정하고
고정이 다 된 다음에는 피스를 찔러 넣을 자리를 먼저 드릴로 자리를 만들어 준다. 그냥 처음 부터 피스를 찔러 넣으면 대부분의 원목은 갈라지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드릴로 자리를 만들어 준 다음에 진행하여야 한다. (일부 피스 제품은 자리를 만들어 줄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3mm 이상 되면 갈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항상 드릴로 자리를 먼저 만든다.)
피스까지 찔러 넣은 다음에 다시 풀고, 목재용 접착제를 칠한다.
그다음 다시 결합하여 피스를 박으면 접착제가 좌우로 흘러 나온다.
버리다 남은 옷조각 (음 다 떨어진 면티 추천)으로 흘러나온 접착제를 굳기 전에 닦아 준다. 적당한 것이 없으면 휴지도 좋음
이 과정으로 총 3개를 작업하였다.
[ 역시나 침대 위 ㅠㅠ ] |
나머지 과정은 위에서 소개한 방법과 동일하게 진행하였다. 즉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이용하여 직각이 되도록 고정하고, 드릴로 구멍뚫고, 피스 박았다가 빼고, 목공용 접착제 바르고 다시 피스 박고 휴지로 닦아내었다.
목공용 접착제는 종류마다 마르는 시간이 다른데 대략 하루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고, 4시간 정도면 충분히 마르는 접착제도 있다. 내 경우 피스를 박는 방법이기 때문에 대략 한두시간 정도 후에 다음 작업을 진행하였다. (피스를 박아 두면 고정이 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굳어도 된다. )
맨 마지막에 사포로 살짝 문질러서 각 모서리가 라운딩 되도록 작업하였다.
7. 설치 이야기
다 결합하여 마지막 모양새가 만들어진 다음에 한두시간 정도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 놓으면 접착제가 어느 정도 마르게 된다. 이번 선반은 특별히 벽에 고정할 계획이라 앞서서 주문한 T형 평철 4개를 선반 뒤쪽에 피스로 고정하였다. 벽면은 콘크리트이기 때문에 콘크리트용 드릴 피스 + 해머기능 있는 드릴로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치 하였다.
[ 짜쟌~~~ ] |
선반이 저 위치에 있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아래에 침대 머리가 있는 부분이다. (위의 이미지중 선반 아래 하얀색 가구) 딱 그 두께로 만들어서 걸어 놓았다.
저녁에 퇴근해 보니 아들이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하나 둘씩 전시해 놓고 있었다. 사진에 포함된 것들 중 몇개는 구매한 것이다. 조금 지나면 저 선반도 꽉 찰것 같은데 고민이다.
아들아 아빠가 몇시간 고생해서 만든거다. 잘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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